센고쿠 시노부:으, 으으응~...소생 생각에 아무래도 오늘 유우타군은 쉬어야 할 것 같소만. 얼굴색이 좋지 않소.... (그렇게 거절하려다가, 어딘지 평소와 다른 유우타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약해집니다)
...그럼, 내일을 위해 일찍 휴식을 취해야하니 조금만이오? (그렇다 해도 이끌려 다니다 보면, 조금만,이라는건 분명 지켜지지 않을 말이지만요.)
아오이 유우타:고마워 시노부군! 우리 만두 많이 먹자? (아이처럼 환한 얼굴로 시노부를 쳐다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장터로 향합니다.
길을 따라 노점이 무수히 들이차 있습니다.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하나의 노랫말처럼 엮여서 잘 들리지 않습니다.
색색깔의 옷들, 비녀, 노리개 등... 좌판 위에 빼곡하게 놓인 장신구들을 유우타는 신기하다는 듯 기웃거립니다.
늘 그랬습니다. 유우타는 어린애처럼 신기하단 표정으로 모든 걸 보곤 했지요.
처음 만난 날도 그랬습니다.
식솔들에게 구박을 받고 안뜰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훌쩍이고 있자 하니,
아오이 유우타:음..? 너 이름이 뭐야?
하고 빙긋 웃으며 얼굴을 들이밀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라요.
센고쿠 시노부:...! (갑자기 제 앞에 들이밀어진 얼굴에 흠칫 놀라 제 팔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호기심에 팔 틈으로 유우타를 바라봅니다) 소, 소생은...센고쿠 시노부, 라고 하오만, ...못보던 얼굴인데, 누구시오...?
아오이 유우타:나는 아오이 유우타, 유우타라고 불러줘?
음..것보다 왜 울고있어?
어른들이 못되게 구는거야?
아님..친구가 없어서 혼자 울고있다거나..-?
센고쿠 시노부:웃.... (앞의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다시 울컥 눈물이 치밉니다. 아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제 속마음을 다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솟아서.) 소생이... 소생이 부족한 아이라서 그러오.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래서... (열심히 눈물을 닦습니다)
아오이 유우타:흐응...그렇구나..- 하지만 우린 아직 어린걸. 잘 못하는게 정상아닐까? 혹시 괜찮으면 내가 너의 친구가되도 될까? 이렇게 혼자 울고있는 것 보단 친구에게 털어놓는게 더 좋잖아? (소매로 시노부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센고쿠 시노부:소, 소소소생이랑....!? 말은 고맙지만, 아오이...유우타 군에게까지 화가 치밀 수 있소. 소생은 매서운 소리를 듣는 것이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일 수는... (하지만 제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에 더 울컥해버려, 눈앞이 흐려집니다)
아오이 유우타:앗, 달랜다는걸 더 울려버렸네..- 울지마! 나도 이런거엔 익숙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약속! (싱긋 웃으면서 시노부와 마주봅니다)
부모도 없고, 집도 없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늘상 해가 뜰 때 나타나 해가 질 때 사라지는 유우타.
과거를 곱씹던 당신은 문득 기묘한 이질감을 느낍니다.
아이디어 판정
센고쿠 시노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설마요. 어디서 왔는지 말해주지 않는 건 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당신은 유우타를 향한 의심을 잠시 곱씹다 거두어 버립니다. 사람마다 말하고 싶지 않은 속사정 한 두 가지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니까요.
아오이 유우타:시노부군-!
문득 고개를 드니 유우타가 인파를 헤치고 오고 있습니다.
상기된 얼굴이에요.
손에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여러 개가 종이에 곱게 포장되어 들려 있네요.
아오이 유우타:만두 사왔어! 같이 먹어줄거지?
아오이 유우타 는 재잘거리며 만두를 한 입 크게 베어뭅니다
하뜨뜨, 뜨거움에 고개를 터는 유우타를 보니 어쩐지 맥이 쭉 빠집니다.
그래요, 이렇게 실없는 녀석이 요괴일 리가 없잖아요.
시노부는 의심을 뒤로한 채 만두를 건내받고 같이 한 입 베어 뭅니다. 만두는 따끈하니 맛있네요!
센고쿠 시노부:아하하. 조심해야 하오, 데이지는 않았소이까? (그런 유우타를 보며 냠냠....만두를 먹습니다)
아오이 유우타:(만두를 다먹곤 시노부의 팔을 잡고 장터로 이끕니다) 오랫만에 장터로 나왔겠다 시노부군, 데이트를 즐겨보는게 어때? (싱긋 웃어줍니다)
센고쿠 시노부:앗, (빨리 먹었구려!) 아하하, 어딘지 신난 것 같소, 유우타군. (데이트라니, 그런 말은 조금 부끄럽지만...! 묘하게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마주 잡고 장터로 따라나갑니다!) 혹 가고 싶은 곳이 있소이까?
아오이 유우타:글쎄? 장터니까 그냥 이곳저곳 둘러보는건어때? 사실 난 시노부군이랑 가는거면 다 좋아. (애정가득한 눈빛으로 시노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줍니다)
센고쿠 시노부:응응,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물건들이 잔뜩 있으니 말이오! 그도 좋겠소이다♬ 소생도 유우타군과 함께라면 어디든 환영이라오... (제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유우타에 기분 좋게 손길을 받다가도 조금 부끄러워져서 눈을 돌립니다)(소, 소생 생각보다 스킨십에 약한 타입의 닌자엿나보오....!)(내적 버둥거림)
아오이 유우타:앗, 시노부군 이것봐봐..! (같이 길을 걷다가 무언갈 발견했는지 발을 옮깁니다)
당신이 다가가니 유우타가 시선을 빼앗긴 물건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아주 예쁜, 붉은 매화가 수놓아진 머리핀입니다.
예쁘다, 예뻐. 되풀이해 중얼대는 유우타의 얼굴에는 미련이 진득하니 묻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법 가지고 싶은 모양입니다.
센고쿠 시노부:앗, 가지고 싶다면 소생이 사 줄 수 있소이다...! 항상 함께 해주고, 대련을 해 주는 데에 대한 보답이라오♬
아오이 유우타:..! 진짜? ...고마워 시노부군! (크게 기뻐하며 활짝 웃습니다)
손에 머리핀을 꼭 쥐고 방방 뛰는 모습이 꼭 어린애 같아서, 당신마저 저절로 흐뭇해집니다.
센고쿠 시노부:에헤헤, 기뻐해주시니 소생도 기쁘오~~!(같이 방방)
노점에서 멀어질 때까지도 자꾸만 머리에 꽂은 머리핀을 만집니다.
정말로 마음에 들었나보네요.
아오이 유우타:음..- 있잖아 시노부군.
난 매화가 좋아
문득, 매화모양의 머리핀을 만지작거리던 유우타가 불쑥 입을 엽니다.
아오이 유우타:저 산 너머엔 매화꽃이 참 근사하게 피었는데...언제 한번 꼭 시노부군을 데려가서 보여주고싶어
거긴..정말로 아름답거든 너무 아름다워서...
목소리가 슬며시 흐려집니다.
산 너머의 매화꽃? 그러고 보니 들은 것도 같습니다.
아이디어 판정
센고쿠 시노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산 너머 매화꽃이 가득히 피어난 곳에 가면, 사람들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던가요.
그런 괴소문을 아랫사람들에게서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센고쿠 시노부:앗, 그곳에 가면 사람들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 있소. (훔) 하지만 유우타군이 그리 확실하게 말하는 건... 혹시 소문과는 다른 곳인 것이오? (고개 기웃)
아오이 유우타:소문? 아.. 그 소문은 다 헛소문이야.
속상해 보이기도 하네요. 머리핀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유우타의 눈매가 슬프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어느덧 장터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는지 해가 산마루 너머로 뉘엿뉘엿 기울고 있어요.
불타는 듯한 주홍빛이 하늘로 한가득 번지는 것이 보입니다.
천천히 걷다 보면, 문득 주막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옵니다.
내일 있을 사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네요.
듣기 판정
센고쿠 시노부:(귀 기울여보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행깎...)
아오이 유우타:(행깎?)
센고쿠 시노부:(하갯습니다)
아오이 유우타:(조아용~!)
노비: 그 요사스러운 여우놈만 죽이면, 모든 일이 해결될 거야! 요력이 담긴 구슬은 인간의 것이 되겠지.
다행인 일이야. 가주님께 그 구슬이 돌아가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게 되실지... 기대가 되는 군.
아무래도, 여우신령을 죽이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잠시 정신이 팔렸다가 돌아보면 어느새 유우타는 눈 녹듯 사라져 있습니다.
당신 곁에는 북적이며 스쳐지나가는 봇짐장수들밖에 보이지 않아요.
아무리 부르고, 주위를 둘러봐도,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 인파 너머에서 그를 닮은 누군가와 눈을 마주친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삿갓을 깊이 눌러쓰더니 휘적휘적 걸어서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쫓아가기엔 너무 멀어졌어요.
당신은 찜찜한 기분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 침소에 듭니다.
----------------
큰 일을 앞둔 탓일까요, 당신은 그날 밤 잠을 설칩니다.
풀벌레 소리가 유독 자욱합니다.
결국 한참 뒤척이던 끝에 잠을 이루려는 걸 포기하고 밖으로 나옵니다.
마을 밖 비탈길을 조금 오르면, 풀숲이 우거진 가운데 버려진 석탑이 하나 나와요. 당신이 심란할 때마다 찾는 장소였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달이 유독 아름답기 때문이죠.
오늘도 석탑과 달과 별을 담은 못은 잔잔한 먹빛으로 일렁이며 당신을 맞이합니다.
천천히 산책하던 당신이 못 안을 들여다 본 것은 우연이거나, 운명일 겁니다.
물 속에서 당신은 무언가를 봅니다.
처음에 그것은 달처럼 보이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달이 두 개일 순 없잖아요.
마치 작은 공처럼 은은하게 빛나며 수면 아래를 부유하던 그것은 이내 저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립니다.
빛만이 은백색 물결로 흐트러진 못은 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SAN 0/1
센고쿠 시노부: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감소 없습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순간, 당신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나 말을 겁니다.
떠돌이 무당:무엇을 그리 골똘히 살펴보십니까?
뒤를 돌아보니 삿갓을 깊숙히 눌러쓰고, 천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한 명 서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떠돌이 무당이 이 근처를 활보한다 했던가요...
당신은 본능적으로 경계를 세웁니다.
센고쿠 시노부:우왓....! (갑자기 나타난 남자를 보고 흠칫 놀라서 뒤로 한걸음 물러납니다) 고, 공은 최근 근처를 다닌다는 무당이시구려... ...이곳엔 어쩐 일이오?
떠돌이 무당:하하, 이곳의 가주가 한낮 떠돌이 무당을 알아봐주신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시노부를 흘끗보더니 입을 땝니다) 참, 혹시 여기 못이 무슨 못인지 아신지요?
이 물은 소원을 이뤄주어 사람들이 소원을 이루어주는 못이라고 부릅니다.
간절히 바라며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바치면, 꼭 그만큼의 소원이 되돌아온다나..-
아, 바라는게 너무 큰 나머지 직접 뛰어든 사람도 있다더랍니다.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네요 (부채를 펼치더니 얼굴을 가리고 웃습니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난건지. 죽었는지 아무도 모르지요.
떠돌이 무당:인간이 짐승을 희생시켜서 스스로의 안위를 꾀하기도 합니다.
허나 그것은 애석한일..
요괴를 사를 것이라면 사랑을 알게 하지도 말았어야지...-
하하, 제가 너무 혼잣말만 많이 한 것 같군요 부디,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바랍니다.
떠돌이 무당 은 수수께끼 같은 말을하며 슬며시 웃고 산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당신의 눈이 그의 뒷모습을 망연히 좇습니다.
갈 수록 이상한 일들이 거듭해서 일어나는 하루입니다.
부디 이게 동이 트면 시작될 사냥에 있어서 흉조는 아니어야 할 텐데요.
---------------------
그렇게 사냥의 아침이 밝아오고, 유우타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기야 유우타는 늘 당신을 훈련시키면서도 사냥에는 단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었죠.
예상했으나 실망스러움을 감출 순 없습니다.
둥!
묵직한 북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당신은 말에 오릅니다.
수십에 달하는 사냥꾼들, 당신의 식솔들이 하나씩 말에 올라타고 활과 칼 따위를 채비합니다.
둥!
자, 백성들이 당신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어요.
수척하고 굶주린 자, 희망 없는 자들이 다 퀭한 낯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눈을 빛냅니다.
한 마디 해야죠, 안 그래요?
센고쿠 시노부:모두, 오늘의 사냥을 꼭 성공시키고 돌아올 수 있길 바라오...!
시노부의 한마디로 백성들은 결의를 다집니다.
땅이 흔들리고 하늘이 쪼개지는 것 같아요. 매캐한 먼지구름이 입니다.
두두두, 말들이 일제히 내달리며 숲 사이를 질주합니다.
사냥개들이 여우의 흔적을 쫓아 냄새를 맡다가 컹, 컹! 짖어서 방향을 알려요.
산이라기엔 경사가 완만하여 아주 어려운 사냥은 아닐 듯 합니다.
고삐를 쥐고 맨 앞에서 달리는 당신의 손바닥에 땀이 끈적하게 어립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냥꾼: 저기 있다!!
사냥개의 목줄을 쥔 누군가가 쩌렁쩌렁하게 소리칩니다.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정말로 보입니다.
꼬리가 아홉 개인, 노을빛처럼 빛나는 주황색 털의 여우가 높다란 바위 위에 올라앉아 당신들을 내려다 보고 있어요.
눈이 마주칩니다.
정신력 판정
센고쿠 시노부: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아나 행깎안댈까요)
떠돌이 무당:(흐음...쫘요)
센고쿠 시노부:(감사감격...)
에메랄드 빛눈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등어리를 따라 오스스 소름이 돋습니다.
여우가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하물며 다른 요괴들처럼 발악하면 좋을 텐데요.
여러 개의 꼬리를 느릿하니 휘저으며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빛은 그저 잠잠할 뿐입니다.
사냥꾼: 잡아라!!!
그 말을 듣고서야 퍼뜩 정신이 듭니다.
사냥꾼들이 일제히 화살을 쏩니다.
하늘로 날아오른 화살이 비처럼 바위 위로 쏟아져 내리며 일순간 해마저 가립니다.
그러나 여우는 화살이 닿기 전 몸을 돌려 바위 아래로 껑충 뛰어올라 달아납니다.
쫓아라, 쫓아라. 여우를 쫓아 털을 벗기고 구슬을 취하자. 목숨을 끊고 비를 부르자.
잘 훈련된 사냥꾼들은 쇄도하는 군대와도 같습니다.
여우가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사냥개의 이빨이 사납게 딱딱거리고, 화살은 시도때도 없이 허공을 가릅니다.
여우가 갈 수 있는 곳은 이제 산 전체에서 봉우리 두어 개로, 봉우리에서 몇 뼘 정도밖에 안 되는 공간으로 좁아졌습니다.
위기에 봉착한 여우가 마침내 이를 드러냅니다.
동공이 가느다랗게 좁아지는 걸 보자 당신은 곧 위험이 닥쳐올 것임을 직감합니다.
센고쿠 시노부:아...! (위험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크게 외칩니다) 멈추시오!
입에서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우신령은 발을 구릅니다.
사냥꾼과 여우 사이에 불의 장막이 치솟습니다.
불길이 나무를 사르고, 따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무서울 정도로 붉은 혀를 날름거리고 낙엽을 삼킵니다.
사람들이 놀라 아우성을 칩니다.
말들이 거품을 물며 제자리에 멈추어 섭니다.
몇 명은 황급히 옷을 벗어 불길을 잡아 보려 하지만 바닥을 내리치는 순간 화마는 더욱 맹렬하게 타오릅니다.
노파: 신령님이 노하셨어...
옆에서 노파 한 명이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그야 그럴 게, 불길은 여우에 대한 사냥꾼들의 적대감을 부채질할 뿐인걸요.
몇몇은 욕설을 퍼붓고 몇몇은 궁리를 하면서 불길 주위를 맴돕니다.
당신은 말에서 내리고, 불길 너머를 봅니다.
문득 에메랄드 색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것 같습니다
SAN 0/1
센고쿠 시노부: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노부 이성감소 없습니다.
홀린 듯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갑니다.
"ㅡ어, 가주님, 거기는 불입니다! 조심하세요!" 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지만 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 안으로 들어선 순간,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건 환술일 뿐 전혀 뜨겁지 않아요.
당신이 멀쩡한 것을 본 사냥꾼들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금세 소란이 가라앉습니다.
다가가지 않으려고 푸르르 소리를 뱉는 말들을 뒤로 하고 다들 앞다투어 불길을 넘어 달립니다.
여우는 다시 도망칩니다.
당신은 제자리에 서서 천천히 활을 들고 겨눕니다.
사격(활) 판정
센고쿠 시노부:
사격(활)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마지막에 여우와 눈이 마주친 탓일까요, 마음이 이상하게 울렁거리고 동요하여 집중이 되지 않아요.
활시위를 너무 일찍 놓쳐 버리자 화살이 쐐액 공기를 가르고 여우의 발치에 박힙니다.
이유 모를 안도감이 드는 것도 잠시,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여우에게 맞습니다.
여우의 애달픈 비명 소리는 사냥꾼들의 환호성에 묻힙니다.
도망친다, 도망친다. 다친 여우가 달아난다.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에 머리를 두기 위해 달린다, 여우가 달린다.
화살을 맞는 순간 불길은 순식간에 잦아들었습니다.
뺨을 타고 흐르던 땀방울도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당신은 정신없이 여우를 쫓아 달립니다.
땅 위에는 피가 점점이 붉은 매화처럼 흐드러져 있습니다.
알 수 없는 현기증이 또다시 당신을 덮칩니다.
SAN 0/1
센고쿠 시노부: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시노부 이성감소 없습니다.
얼마나 뛰었을까요? 한 시진? 두 시진?
어느새 뒤에선 인기척이 들리지 않고, 당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매화가, 가득히 피어난 곳입니다.
눈송이처럼... 천지가 하얗습니다.
구부러진 가지에 봄을 알리는 꽃이 한가득 매달려 있는 광경이 비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햇빛보다도 밝습니다. 그리고 시선의 끝에는 거대한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안은 캄캄해 보이지 않아요.
듣기 판정
센고쿠 시노부: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짐승이 희미하게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핏방울도 저 안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당신은 활을 다잡고, 긴장한 채 동굴 입구로 발을 내딛습니다.
동굴 안으로 두어 걸음 옮겼을까, 발끝에 무언가 가벼운 것이 채입니다.
센고쿠 시노부:...! (그 감각에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눈에 보인것은... 머리핀입니다.
눈처럼 희고 그 위에 붉은 매화가 얹어진 머리핀은 지독하게 익숙합니다.
흙과 피로 더럽혀진 머리핀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당신의 어깨 위에 불길한 예감이, 섬뜩한 감각이 내려앉습니다.
센고쿠 시노부:......유우타, 군.
당신은 무언갈 느꼈는지 동굴 안으로 더, 더 깊이 나아갑니다.
발소리가 메아리쳐 울리고, 좁았던 입구는 점점 넓어져서 나중에는 거대한 공동이 드러납니다.
굴의 위는 꼭 사람 한 명만큼 뚫려있어 햇빛이 직선으로 흘러들어오네요.
리고 그 아래엔, 익숙한 인영이 땅에 엎드러져 있습니다.
피가 떨어지는 소리가 똑... 똑... 귓가에 선명합니다.
센고쿠 시노부:....! (그 인영에 황급하게 가까이 다가갑니다)
당신은 황급히 인영에게 다가갔고 엎드려있는 인영을 뒤집으니 그것은...유우타입니다.
노을빛의 아름다운 주황색 꼬리 아홉 개가 삐죽이 나와있고, 머리 위에는 뾰족한 여우귀가 나와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유우타가 맞습니다.
센고쿠 시노부:....유우타 군....! (조심히 부르는 목소리가 제 것 같지 않고, 머리가 멍해지는 듯합니다.)
당신의 시선은 유우타의 옆구리에 멎습니다.
부러진 화살. 하얀 옷 위로 엉망으로 번지는 혈흔.
아아. 매화가 지고 있어요.
당신의 부름으로 힘겹게 눈을 뜹니다.
잠시 알아보지 못하는 듯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던 유우타가 이내 희미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립니다.
웃고 있는 걸까요?
평소보다 뾰족해진 송곳니가 본인의 피로 온통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아오이 유우타:...시노부군..(힘겹게 시노부를 바라봅니다)
센고쿠 시노부:유, 유우타 군.... 유우타군.... (모든게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떨어집니다.)
미, 미안하오, 미안해... (문득 떠돌이 무당이 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인간들이, 인간의 욕심이...)
죽지, 죽지마시오, 죽으면 안 돼, 유우타군...! (유우타를 품에 꾹 끌어안습니다.)
아오이 유우타:아하하..이렇게 비극적이게 보고싶지않았는데..그지?
있잖아..시노부군. 알다싶이 이대로 두면 나는 죽을거야.. 부상이 너무 심한걸..-?
센고쿠 시노부:아, 안돼,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도리질을 칩니다) 가지 말아줘, 유우타군....
아오이 유우타:미안해...시노부군..(시노부의 볼을 어루만집니다) 만약, 만약 시노부군이 지금 나를 데려가 상처를 치료한다면 살아나는게 불가능한 것도 아닐거야.
하지만. 그 뒤로는 난 인간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겠지
그러니...그러니 날 살려내려하지말아줘.
난..난 시노부군을 사랑했지만, 낱낱이 전시되어서 사람들에게 구경당하는 그런 짐승으론 살아갈 수가 없어..-
그런 모욕적인 삶으로 내던진다면 아무리 시노부군이라도 용서하진 못할 것 같네 (쓴웃음을 지으면서 싱긋 웃습니다)
센고쿠 시노부:..... (차마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합니다. 자신은 어떻게든 유우타군을 살리고 싶은데, 그것은 오히려 유우타군에게 괴로운 일이 될 것이라서, 그래서. 목이 메여와서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아오이 유우타:이해해줘서 고마워..(덜덜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볼을 쓰다듬습니다)
있지, 시노부군...날.. 날 수장시켜주지않을래?
모든 요괴가 잠들기를 바라는 곳이있어. 그 곳은 달이 걸리는 석탑앞의 못이야
아무도 보지않을 때 장례를 치러주면 안될까..?
아마..아마 이것만 있으면 비는 내릴거야..
유우타는 떨리는 손으로 입에서 구슬을 꺼냅니다.
아이의 주먹만한 크기의, 매끈한 은백색 구슬이 희미한 광채를 발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구슬을 천천히 돌려 보니 절반 가량 깨진 게 눈에 들어옵니다.
원래부터 이랬던 걸까요?
아오이 유우타:그제 밤부터 힘이 어딘가로...빠져나가면서, 구슬이 깨져버렸는데.
어쩌면 이게 시노부군 손에 죽는 내 운명이었나봐.
여태까지..고마웠어 사랑했어 시노부군.
여기까지 말한 유우타는 눈물을 흘리면서 눈을 감고, 숨소리가 고요히 잦아듭니다.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이 위태로워 보입니다.
센고쿠 시노부:...소생도, 사랑하고 있소. 유우타군. (잠시 그런 유우타를 내려다보다가,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조심히, 유우타를 안아듭니다. 못 쪽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당신은 죽어가는 유우타를 안고 못으로 향합니다.
달이 휘황하여 세상이 온통 금빛입니다.
피처럼 붉은 매화가 흩날리고, 시간은 멈춘 것만 같습니다.
석탑의 물그림자가 일렁이는 먹빛에 잡아먹히는 그 곳에 도달할 때 쯤엔 입술 사이로 가쁜 숨이 터져 나옵니다.
그 곳에는 전날 밤에 만난 그 무당이 나무에 기대 앉아 있습니다.
무당은 잠자코 다가와 여우 옆에 꿇어 앉습니다.
피로 얼룩진 털 위에 손을 짚고 한참을 조용하다가, 이윽고 말합니다.
당신은 이미 몇 번이고 여우를 사냥했다는 걸.
뒤늦게 여우가 유우타라는 걸 깨닫고, 죽어가는 그 앞에서 후회하고, 소원을 이뤄준다는 못에 구슬을 바쳐 시간을 되돌렸다는 걸.
하지만 기억마저 되돌아가진 않았기에 같은 시간이 반복되었으며, 이번에도 다를 건 없다고...
어떻게 할 것이냐 묻는 그 눈 앞에서 불현듯 현기증이 입니다.
떠돌이 무당:저는 당신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부디 옳은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센고쿠 시노부:......(유우타를 다시금 꾸욱 끌어안고, 울음을 삼키면서 중얼입니다.) 유우타군. 소생은 유우타군이 너무 소중해서, 그래서 몇번이고 시간을 돌리는 걸 반복했다고... 똑같은 고통을 겪게 해서 미안하오. ...미안해, 소생은 알지 못했어. 그저 중압감에 허덕이면서... 가주라는 책임감에 눌려서, 유우타군에게 상처주고 말았소. 정작, 소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친구를.... 아니, 사랑하는 유우타군을 .... 버리고 있었던 거야.
(무언가를 바치면 그만큼의 보답이 돌아온다, 고. 이전의 내가 여우구슬만으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이번에는 소생의 모든 걸 던지겠다고, 그렇게 결심하고, 못으로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